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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성평등위원회]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
작성자 : 관리자 2018-03-15조회 : 8671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

교수님,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입니다.

딱딱하게 대자보를 한 편 쓰자니 듣지 않으실 것 같아 편지를 씁니다. 솔직히, 대자보 쓰는 거 이제 너무 지칩니다. 벌써 몇 편째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참아 오셨던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지친 맘을 붙잡고 편지를 씁니다. 꼭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교수님께서 행하셨던 그 행동, 말씀하셨던 그 단어 하나하나들이 명백한 성폭력이자 성희롱이었다구요. 그래서, 지금 교수님이 너무너무 부끄럽다구요.

요즘 #metoo 운동이 한창입니다. 수면 아래 고여 있던 권력형 성폭력은 장소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metoo 운동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저희는 절절히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학 사회도, 무엇보다 우리 중앙대학교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는 걸요. 저희는 지난 1월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사제 간 성폭력 고발을 받았습니다. 제보자 중에는 이미 졸업했음에도 동참해주신 선배님들도, 옳은 일이라 생각하여 나섰지만 여전히 무서우시다는 주변의 선배, 동기, 후배도 있었습니다. 학우 분들의 용기 있는 폭로 일부를 대신하여 옮겨 적습니다.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학전공의 한 교수님은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하셨더라구요. 술자리 이후에는 밤늦게 부적절한 전화와 문자를 보내신 교수님, 연구실 한 켠, 칸막이 뒤에서 다른 학생들의 눈을 피해 여학생을 껴안고, 차 안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시곤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자 ‘증거가 남는다’며 메일로 주고 받는 연락을 꺼려하던 교수님. 제보자님들을 위한 익명의 오픈 채팅을 열자, 교수님의 성희롱적 발언, 성추행에 대한 용기 어린 고발들이 속속들이 이어졌습니다. 저희는 믿고 따르던 교수님께 성희롱을 들어야 했던, 성추행을 당해야 했던 피해자 분들의 마음을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교수님, 이건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도, 딸 같아서 아끼는 마음도 아닌 추악한 ‘성폭력'입니다.

경영학부의 모 부교수님, 중앙대학교 대나무 숲에 제보된 게시글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00이 생리해서 그런가, 기분이 안 좋아보여?’ ‘치마 입은 거 보니까 우리 00이는 그날이 아닌가봐?’ 저희는 이 제보를 읽고 한동안 아무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대나무 숲 제보에 의하면, 수업 관련 질문으로 안면이 익은 후에 마주칠 때마다 이런 식의 추악한 농담들을 하셨더라구요. 교수님의 저급한 농담으로 성적 불쾌감을 느낀 수많은 학우들이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친근함의 또 다른 표시도 아니며 귀여운 농담으로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저 성희롱일 뿐입니다. “근래에 F학점을 준 학생들이 있는데 혹시 이에 대한 보복은 아닌지 염려”스러우시다는 교수님의 답변은 과연 교수님께서 진심 어린 반성을 하고 계신지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대학원 문화연구학과로 출강하시던 모 교수님, 강압적인 태도로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학과 공동체 내에서 피해자를 배제하려하신 교수님의 치졸했던 과거를 학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또 다른 공동체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수차례 성폭력 저지르셨더라구요. 인문학 잡지에 편집 위원으로 글을 쓰고 페미니즘 포럼에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당신과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당신. 저희는 그 이중성이 역겹습니다. 그가 조성한 강간 문화에 기꺼이 동참했던 수많은 방관자적 공동체들은 책임있게, 조속히 요구 사항을 이수하십시오. 자신이 믿고 몸담았던 학문 공동체의 책임자들이 사실은 방관자였다는 사실,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지지받을 수 없다는 소외감. 피해자 분이 당시 느끼셨던 좌절감과 모멸감을 저희는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교수님,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그때 싫다고 말했으면 됐지 않느냐고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밀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몰랐다고, 너희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너희를 아껴서 그랬던 거라고, 성찰 없는 폭력을 비겁한 애정의 수사로 포장하지 말아주십시오.
대신 자문해주십시오. 말과 행동에 앞서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한 적이 있으신 지 말입니다.
그리고 사과하십시오. 시간이 지났다고 교수님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분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또다시 이런 일을 되풀이하셨을 교수님이 부끄럽습니다.
피해자 분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러셨다는 말을 차마 하기 힘들었다`구요. 교수와 학생이라는 수직적 관계 안의 폭력을 고발한다는 것, 존경해 마지않았던 교수님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폭로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교수님, 날 것의 아픔을 보는 일이 힘든 일인 줄 압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고백에 응답해주십시오. 학우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을 반성하고 강단에서 물러나주십시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무심히 이 편지를 지나치실 교수님들. 이건 비단 일부 교수님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수님들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책임감 있게 성의식 함양 교육을 이수하십시오. 스스로를 검열해주시고, 평등한 대학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주십시오. 더 예민해지고, 불편해주십시오.

I am listening #METOO #WITHYOU
중앙대학교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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